OSL 관전일기 - 너는 이미 뽑혀있다

OSL 관전일기 - 질레트 2004 스타리그 프리매치 3/4, 4/4 (2004년 4월 16일)


‘밸런스’를 즐겨라!

전용준 캐스터는 여전히 목청껏 소리쳤고, 엄재경 해설위원은 모든 맵의 독창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간혹 김도형 해설위원이 보편적인, 혹은 객관적인 평가의 몇 마디를 던지기도 했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래도 다양한 전략과 전술의 활용이 가능한 맵’으로 재정의 하는 엄재경 해설위원의 멘트에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엄재경 해설위원이 직접 "이 맵은 안되겠군요~" 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좋은 맵으로 평가받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밸런스’이다. 각종 전략과 전술이 난무하고, 정석과 엽기가 공존하며, 난전과 대규모 힘싸움이 동시에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맵이라 하더라도, 특정 종족의 승률이 60%를 넘어가는 순간 그 맵은 테란 맵, 저그 맵, 혹은 프로토스 맵이 되어버리고 만다. 물론 수많은 팬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동안 스타리그에서 사용된 수많은 맵들 중, 각 종족에게 공평한 승리를 보장해 준 맵은 손으로 꼽을 만하다. 이런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상을 손수 빚어낸 조물주조차 ‘예쁘고 착한 여자‘만 만들어 내는데 실패했다. 물론 예쁘고 착한 여자만 있으면 예쁘고 착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을 미천한 인간들에 대한 배려겠지만. 이야기를 조금 바꿔서, 만약 완벽한 밸런스를 보장하는 맵(이를테면 <노스텔지어> 같은)만 존재해왔다면? 블리자드에서 세 종족간의 상성을 고려하고, 스스로 맵을 제작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은 e-sports에 열광하게 될 한국 게임 팬들을 배려한 것이 아닐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냐구? ‘밸런스’에 대한 고민을 즐기자는 것이다.


총선보다 어려운 맵 선정

한 리그에는 네 개의 맵이 사용된다. 맵을 선택하는데 고려되어야 할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1) 네 개의 맵이 모두 좋은 밸런스를 보장하게 한다.
2) 1)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한 개의 맵은 좋은 밸런스를 보장하도록 하고, 나머지 세 개의 맵은 (비슷한 정도로) 각 종족에게 유리하게 한다.
3) 2)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세 개의 맵은 좋은 밸런스를 보장하도록 하고, 나머지 한 개의 맵은 종족간의 상성(T>Z>P>T)에 따르도록 한다.
4) 3)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세 개의 맵은 좋은 밸런스를 보장하도록 하고, 나머지 한 개의 맵은 열세인 종족에게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유리하게 한다.

1)은 논외로 하자. 실현 불가능해보이니까.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케이스는 2)번이라고 생각한다. 공평한 맵에서는 공평한 승부를, 특정 종족에게 힘을 실어주는 맵에서는 불리한 종족들의 피땀 흘린 노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함과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3)번은 2)번의 역이다. 이것 역시 나름의 재미를 도모할 수 있는 경우이다. 3)번도 어렵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힘든 종족을 도와주자”는 것이 4)번의 요지이다.


너는 이미 뽑혀있다

<질레트 2004 스타리그>에는 이미 두 개의 맵이 결정되어있다. 환상적인 밸런스를 자랑하는 <노스텔지어>와 그 뒤를 쫓는 <남자이야기>가 그것이다. 두 개의 맵이 좋은 밸런스를 보장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길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프리매치에 쓰일 맵 중 한 가지를 적절히 수정하여 좋은 밸런스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고, 종족간의 상성이 유지되는 맵을 하나 넣으면 된다. 어쨌든 재밌어 보이는 <바람의계곡>을 수술하여 밸런스를 맞추고, 종족간의 상성이 유지되는 <머큐리>를 대세로 밀어주면 해결 될 것 같다. 아니, 해결 될 거라고 생각했다.


<머큐리>를 사용하면 안되는 이유

<머큐리>는 종족간의 상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맵이다. 앞마당에 가스가 없다는 점은 저그를 상대하는 테란에 힘을 실어준다.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해처리를 센터 지역의 가스 멀티에 펼 수 있다는 점은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저그에게 반가운 일이다. 물론, 개방형 맵이기 때문에 테란을 상대하는 프로토스 역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리그에서 <머큐리>를 사용하면 안될 것 같다. 종족간 비율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세 종족이 고른 비율로 리그를 치룬다면 3)번 역시 이상적인 케이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질레트 2004 스타리그>의 종족 비율은 그렇지 못하다. 16강, 8강을 지나 결승으로 갈 수록 저그와 프로토스는 테란을 만날 확률이 높다. 프로토스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저그에겐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8 : 5 : 3’이라는 수치는 <머큐리>를 버리기에는 아깝고,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계륵’으로 만들어버렸다.


<레퀴엠>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1 해처리 러커로 승리를 거둔 박태민 선수의 분전 이 후, <레퀴엠>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그 경기에서, 김정민 선수의 결정적인 패인은 발업 저글링 8기와 마린 5기를 바꾼 것이다. 맵이 개마고원이라도 초반 마린 5기를 저글링 8기에 잃으면 저그의 1해처리 플레이는 무서울 수밖에 없다. (덧붙여, 이윤열 선수나 서지훈 선수였다면 경기 초반의 마린 5기를 저글링 8기와 바꾸는 어이없는 컨트롤을 보여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정민 선수의 적은 '저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맵의 밸런스를 논의함에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저그에게 본진 플레이를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공의 적’ 박경락 선수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언제나 앞마당에 해처리를 펴는 그의 스타일에 기인한다. 마찬가지로, 언제나 본진 플레이로 시작하는 저그는 그 바닥이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본진이 분지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저그는 언제나 앞마당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편견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저그가 언제나 본진 플레이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은 저그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패러독스> 다시보기

<패러독스2>를 통해 섬 맵에서 각 종족간의 경기 양상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정리해 보면 <바람의계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패러독스2>와 <바람의계곡>은 수송선 없이 2개의 가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1) 저그 vs 프로토스

<패러독스2>에서 펼쳐지는 '저그 vs 프로토스'의 화두는 "저그가 프로토스의 3번째 가스 멀티를 저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가스를 차지한 프로토스의 '커세어 + 리버'는 2가스의 '디바우러 + 히드라'로 상대가 가능하지만, 프로토스의 3번째 가스 멀티가 활성화 되는 순간 '커세어 + 리버 + 캐리어 + 템플러'라는 섬 맵 최강의 조합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섬 맵에서 프로토스는 저그의 멀티를 '처방'할 수 있지만, 저그는 프로토스의 멀티를 '예방'할 수밖에 없다. 이미 펼쳐진 해처리 주변에 다수의 성큰 콜로니가 건설되어 있거나 많은 수의 히드라가 배치되어 있어도 '커세어 + 리버' 혹은 '커세어 + 다크템플러'로 응징이 가능하지만, 캐논 꽃밭과 리버 1~2기로 방어하는 프로토스의 멀티는 가디언이 나올 때까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바우러 + 가디언 + 히드라'의 조합을 위해서는 저그 역시 3개의 가스가 필요하다.

즉, 저그가 프로토스의 세 번째 가스멀티를 저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저그의 승리가 불가능한 것이다.

2) 테란 vs 프로토스

<패러독스2>에서 펼쳐지는 '테란 vs 프로토스'의 화두는 "테란이 프로토스의 3번째 가스 멀티를 저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테란은 2가스를 확보하든, 3가스를 확보하든 병력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병력의 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 어쨌든 ‘드랍쉽 + 골리앗 + 탱크’로 경기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토스는 2가스로 ‘질럿 + 드래군 + 하이템플러 + 리버’를 거의 무제한으로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송 능력의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프로토스의 지상 병력들은 테란의 대규모 드랍으로부터 본진과 멀티를 지키거나, 테란의 자원 수급을 방해하는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테란의 끝없는 공격을 끝내 막아내고 세 번째 가스를 확보하는 순간 ‘캐리어’를 양산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섬 맵에서의 캐리어는 (웬만하면) 승리를 보장한다.

즉, 테란이 프로토스의 세 번째 가스 멀티를 저지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고, 양상은 언제나 치열하다.

3) 저그 vs 테란

<패러독스2>에서 펼쳐지는 '테란 vs 저그'의 화두는 “누가 더 많은 자원을 차지했느냐”이다. ‘골리앗 + 탱크’와 ‘히드라 + 디파일러’의 대규모 접전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테란과 마찬가지로 테란이든 저그든 세 번째 가스멀티는 병력의 규모를 결정할 뿐, 병력의 질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골리앗을 상대로 가디언을 준비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누가 더 많은 자원을 차지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고, 양상은 비교적 치열하다.


또 다른 섬 맵, <바람의계곡>

많은 게임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던 <바람의계곡>. ‘섬맵의 제우스’ 전태규 선수마저 맥없이 무너지는 순간, 모든 기대는 비난의 화살로 되돌아왔다. 프로토스가 섬맵에서 테란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것조차 참신해보이지만, 어쨌든 밸런스는 맞춰야하니 조금만 손을 대보자.



1) 앞마당 멀티 지역 (1)의 가스를 언덕 위 미네랄 멀티 지역 (2)로 옮긴다.
2) 1시와 7시 섬 멀티로 가는 다리 (3)을 만든다.

먼저 가장 우려되는 ‘테란 대 프로토스’전을 생각해보자. <바람의계곡>의 문제는 테란이 2가스를 무난히 확보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프로토스는 2가스를 확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빠른 테크트리로도 테란의 멀티를 견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본진과 가스 멀티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테란의 본진에서 생산된 탱크와 골리앗은 아무런 부담 없이 본진과 가스멀티를 동시에 방어할 수 있다, 마치 <패러독스2>처럼. 하지만 프로토스는 가스 멀티에 넥서스를 건설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언덕 탱크의 압박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2)에서 정리한 바에 따르면, 테란은 프로토스의 세 번째 가스 멀티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바람의계곡>은 프로토스의 두 번째 가스 멀티조차 원천 봉쇄하고 있다.

가스의 위치를 바꿈으로서 테란과 프로토스 모두 가스 멀티를 차지하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테란이 가스 멀티에 더블 커맨드를 시도할 경우 프로토스의 빠른 셔틀에 본진과 멀티 모두를 견제당할 수 있으며, 프로토스의 더블 넥서스 역시 테란의 드랍쉽 견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형의 특징이 반영되어 지상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에도 프로토스에게 나쁘지 않다. 어쨌든 (1) 지역 보다는 (2) 지역이 지상군으로 공략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프로토스가 섬 멀티를 가져가기에 힘든 점도 수정되어야 한다. 현재의 동선으로 테란의 드랍쉽 견제를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1시와 7시 섬 멀티를 독립적인 섬으로 구성해 수소 병력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수정하거나, 다리를 하나 더 만들어 병력의 이동이 수월하게 해야 한다.

‘저그 대 프로토스’전에 있어서 <패러독스2>와 가장 다른 점은, 섬을 단 한 번만 건너면 된다는 것이다. 프로토스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대륙의 경계를 한 번 건너는 것(그것도 3Cm 드랍으로)과 두 번 건너는 것은 차이가 크다. 그리고 저그는 상대적으로 (1) 지역의 미네랄을 차지하기 용이하며, 프로토스의 세 번째 가스 멀티를 견제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게다가 공격 방향을 세 곳(주황색 화살표)으로 확대 할 수 있다. 1)에서 언급한 ‘프로토스의 세 번째 가스 멀티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짙은 맵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가스의 위치를 바꾸면 <패러독스3>다”라는 엄재경 해설 위원의 의견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패러독스3>라면 어떤가, 섬 맵의 경기 양상과 지상 맵의 경기 양상 모두를 맛볼 수 있는데다가 세 종족의 밸런스가 유지되는 섬 맵이라면!


<개마고원>과 <노스텔지어>의 조우, <게르니카>

<게르니카> 역시 두 곳의 수정이 필요하다.



1) 앞마당 가스 멀티 지역 (1)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만든다.
2) 대륙에서 중앙 섬 멀티 (2)로 탱크의 포격의 닿지 않도록 거리를 둔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그에게 본진 플레이를 ‘강제’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게르니카>는 <레퀴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앞마당 가스 멀티 지역으로 올라가는 계단 하나를 추가함으로서 맵의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저그 플레이어의 의지가 굳건하다면 세 개의 해처리를 펴고, 다수의 성큰을 건설해서라도 앞마당 가스를 차지할 수 있다. 마치 <개마고원>에서 세 개의 해처리를 펴는 것처럼. 물론 본진의 입구에서 상대방의 병력에 의해 조여진 상태라도 조금만 전진하면 앞마당 멀티를 통해 병력을 우회할 수 있다. <노스텔지어>의 언덕 샛길처럼. 단 하나의 계단으로 인해 <개마고원>과 <노스텔지어>의 장점을 적당히 흡수하되, 방만한 플레이는 용서되지 않는 형태의 맵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물론, 저그와 프로토스가 섬에 멀티를 시도하는 것을 허락하려면, 센터 섬으로의 탱크 포격은 지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정1)

트래픽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그림이 깨지네요. 할수 없이 첨부 파일로 업로드했습니다. 그리고, 프리매치에 대한 정리의 의미로 글을 작성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Chro님 말씀처럼 리포트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내용인것 같기도 합니다. 운영진 여러분이 판단하시고, 글을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수정2)

너무나 감사하게도 lovehis님께서 트래픽 걱정 없이 파일을 링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림 파일의 위치를 원래대로 돌려놓습니다. lovehis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by sylent | 2006/04/22 10:52 | * e-sport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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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오태길 at 2009/09/24 14:22
병준이형팬이에요슈퍼테란깔아주세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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