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ent의 B급칼럼] 협회의 ‘음모’ 혹은 ‘음모론’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협회의 ‘음모’ 혹은 ‘음모론’

너무나도 유명한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의 한국어 버전인 <위키 백과사전(kr.wikipedia.org)>에 따르면, ‘음모론(陰謀論)’이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스런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격동기나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러한 음모론들이 많이 유포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협회의 12월 공식 랭킹 발표에 관한 담론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듯하다. 적어도 e-sports라는 화두로 모인 사람들의 집단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협회 역시 랭킹 산정 방식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배후에 어떤 속셈이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프로리그 확대’와 ‘T1의 개인리그 선택적 참여’가 e-sports판의 방향을 뒤틀고 있는 지금, 우리는 협회의 ‘음모’ 혹은 ‘음모론’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인정해야 할 몇 가지

첫째, OSL과 MSL 각각의 우승자에 대한 랭킹포인트 차등 적용의 옳고 그름은 잠시 뒤로 미루겠다. 우승 확률에 따라, 참여 선수의 규모에 따라, 상금의 액수에 따라, 시청률에 따라, 리그의 역사에 따라 혹은 팬들의 투표에 따라 다르게 지급하더라도 일단 인정하자. 그래야 우리의 대화는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왜 OSL과 MSL의 랭킹포인트가 다른지가 아니다. 랭킹 포인트의 차등 적용은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고, 협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일이 아니다. 그리고 협회는 논의의 무게중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둘째, 그동안은 주~욱 같은 랭킹포인트를 적용하다가, OSL이 24강으로 개편된 뒤부터 차등 적용한 이유에 대한 의문도 잠시 접어두자. “하필이면 OSL"이라는 말은, ”하필이면 MSL"이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기에 대한 문제는 언제든 역전 될 수 있고,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MSL이 약간의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음 시즌 총상금 규모를 OSL보다 늘리면 된다.

셋째, 우승 포인트가 500과 750인지, 리그 포인트의 총합의 500과 750인지 역시 별로 중요하지 않다. [파이터포럼]의 몇몇 기사들로 인해, 그나마 정리되었던 사실들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현재의 상태라면, 어차피 ‘f(전적) = 랭킹‘라는 함수를 풀어 나감에 있어서, 계산식을 도출하지 못하는 이상 다른 변수들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의심해야 할 단 한 가지

우리가 시선을 고정해야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어째서 협회는 랭킹 산정에 사용되는 계산식을 공개하지 못하는가”이다.

우리는 수학능력시험의 결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토익 점수가 파트별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고 있고, 공무원 시험을 응시함에 있어서 국가유공자의 자녀와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들이 어떤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아시안게임의 순위에 메달의 색깔이 어떤 영향을 갖는지도 알고 있고, 하다못해 질럿의 공업이 저글링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마린의 방업과 러커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다.

우위를 결정하는 모든 룰Rule은 이해 당사자들에게 공개되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이해 당사자들은 룰이 요구하는 능력에 집중하고,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룰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공정하지 못하다면, 해당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룰의 개정 사실 자체를 몰랐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보자. 위에서 언급한 룰을 공개하지 않는, 또는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공개해 달라”는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가 없거나, 공개했을 경우 뒷감당을 하기 힘들거나. 협회의 랭킹 산정 방식에 대한 공개 요구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끝내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협회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협회는 “당시 각 리그의 시스템 변화가 갑자기 이뤄진 점 등으로 인해 정황상 공지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e-sports를 중계하는 공식적인 미디어는 [온게임넷]과 [MBC게임] 밖에 없고, 프로게임단이라고 해봐야 고작 11개일 뿐이다. 모든 정책의 프로세스가 계획, 수행, 결과발표의 순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정황상 공지하지 못했”다는 말은 똥 싸고 닦는 걸 잊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게다가 1차적 이해 당사자인 [온게임넷]과 [MBC게임]과의 협의는 계획 단계부터 고려되지 않았다고 실토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급한 불을 끄겠다는 생각에 “게임단에 양해를 구”했고, “각 게임단에서도 배점비율의 조정에 대해서는 동의”했다는데, 어째서 [MBC게임]이 아닌 게임단의 양해를 구했는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새로운 랭킹 산정 방식의 최대 피해자는 [MBC게임]과 마재윤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형평성’을 버린 이유

우위를 결정하는 모든 룰Rule은 이해 당사자들에게 공개되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덧붙이자면,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룰은 ‘형평성’에 기반해야 한다.

OSL과 MSL의 랭킹 포인트를 동일하게 유지했을 때, 이에 불만을 품을 주체는 누구인가? [온게임넷]의 입장에서는 상금 규모에 따른 차등 지급을 건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MBC게임]은? 게임단은? 선수는? 팬들은? 이번 논란이 있기 전에, 적어도 나는 OSL과 MSL의 랭킹 포인트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한 누군가를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OSL과 MSL의 랭킹 포인트 규모에 차이를 두었을 때, 이에 불만을 품을 주체는 누구인가? [온게임넷]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협회의 결정만으로 위상이 높아졌으니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MBC게임]은? 게임단은? 선수는? 팬들은?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랭킹 포인트 차등 적용에 대한 찬반 의견이, 이제야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형평성’에 대한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랭킹 포인트의 규모를 동일하게 유지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모든 문제가, 차등 적용 발표 이후에 쏟아져 내리고 있다. 협회는 왜 사서 욕을 먹을까? 협회는 왜 랭킹 산정 공식을 공개하지 못할까? 이 모든 일들은 ‘무엇’으로 수렴하는 걸까? 이 모든 일들은 '누구'에게 득이 되고 '누구'에게 실이 되는 걸까? 나는 정말 궁금하다.


협회의 ‘음모’ 혹은 ‘음모론’

WWE의 한 장면 같은, 누군가에겐 ‘음모’이고, 누군가에겐 ‘음모론’인 작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스타리그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p.s 아참! "이제 그만하자"는 말은 잠시만 삼키자. 내가 협회 담당자라면, 그만하자는 사람들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을테니까.



by sylent | 2006/12/09 15:34 | * e-sport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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