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ent의 B급토크] 온게임넷 vs MBC게임 #01

 
[sylent의 B급토크]는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기록이다.


[sylent의 B급토크] 온게임넷 vs MBC게임 #01

sylent : 형은 [온게임넷]이 좋아, [MBC게임]이 좋아?

왕일 : 어떤 의미에서? 경기 내용이라든지, 맵이라든지, 비주얼이라든지 하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할 것 아냐.

sylent : 오케. 오늘은 진행자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형은 [온게임넷]의 캐스터/해설자가 좋아 [MBC게임]의 캐스터/해설자가 좋아?


전용준 vs 김철민

왕일 : ‘MC용준’과 ‘KCM'을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MC용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지. 우리가 흔히 캐스터에게 기대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말이야.

sylent : “우리가 흔히 캐스터에게 기대하는 것”들?

왕일 : 응. 두 캐스터의 가장 큰 차이는 ’어휘력‘에 있다고 봐. [MBC게임]에 대한 동영상 소스들을 잘 살펴보면 감탄사 중심의 컨텐츠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어~~? 아~~!”같은. 김철민 캐스터가 '쉬즈곤’이나 ‘KCM' 혹은 삼중창단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캐스터의 비명은 현상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어휘가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같은 현상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팬들의 귀가 무료하지 않은데, 그런 부분이 부족해 보이거든.

sylent : 예전부터 김철민 캐스터의 진행 리듬이 좀 어색하긴 했어.

왕일 : 그렇지. 팬들의 심장 박동에 맞춰 분위기를 조절해 주는 것이 캐스터의 임무라고 한다면, 김철민 캐스터의 때 아닌 오버들을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겠지. 반면에 전용준 캐스터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팬들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sylent : 그래도 요즘 김철민 캐스터를 좋아하는 팬들이 부쩍 늘었잖아. ‘완소철민’이라면서.

왕일 : “전용준이 더 재밌다 혹은 김철민이 더 재밌다“는 판단은 나름대로 내리는 거니까. 나는 캐스터의 자질이라는 측면에서 전용준 캐스터에게 한 표 던졌을 뿐이고,  짜임새 있는 진행에 더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으니까. 김철민 캐스터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것은 2인자에서 또 다른 1인자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아닌가 생각해. 팬들의 반응을 보면 매우 성공적인 것 같고. 너는 어때?

sylent : 나도 형이랑 비슷한 생각이야. 백업 캐스터는 [MBC게임]이 [온게임넷]보다 나은 것 같아. 메인 캐스터가 무게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숙명을 안고 있는 반면에, 백업 캐스터는 적당히 망가지는게 더 흥미로운 것 같거든. 그래서 너무 말끔한 성승헌 캐스터보다는 적당히 개그스러운 박상현 캐스터한테 눈이 가네. 그리고 성승헌 캐스터는, 뭐랄까, 좀, 제비 같아. -_-

왕일 : 푸하하~ 그러면, 해설자는 어때?


엄재경/김태형 vs 이승원/김동준

sylent : 형한테 여러 번 얘기했지만, 나는 [MBC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이유는 이승원 해설 때문이었고.

왕일 : 응. “이승원의 얘기를 듣다보면 귀가 아파”라면서 투덜댔었지. 흐흐.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런 얘기도 안하고, [MBC게임]도 잘 보기 시작했잖아.

sylent : 내가 초기에 엄재경/김태형 해설을 선호했던 이유는 딱 한가지야. “재밌다”는 것. 나는 “스타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은 다 알만한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목조목 따져주는 이승원/김동준 해설의 스타일이 불편했어. 이미 다 아는 정보 전달에 무게 중심을 둔 이승원/김동준 해설 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엄재경/김태형 해설의 만담이 더 재밌었지. 게임을 보는 내내 귀가 즐거웠으니까.

왕일 : 그랬는데?

sylent : 그랬는데, 선수들의 경기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빌드도, 전략도 조금씩 어려워지기 시작한거야. “어? 쟤가 지금 뭐하는거지?”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빈도가 높아지니까, 바야흐로 이승원/김동준 해설의 진가가 발휘 되더라구. 이승원/김동준 해설이 “이 맵은 이러저러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지금 어쩌구저쩌구를 할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무슨 건물 지어야죠”라고 말하면, 일꾼이 건물을 만들어. “지금 상황이 어찌어찌 되었으니까 몇 시로 공격을 가야죠”라고 말하면, 병력이 움직여. 이게 이승원/김동준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MBC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졌지. 반면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더불어 엄재경/김태형 해설은 “이거저거 하려고 하는거 아닌가요?”, “어? 아아, 아니군요” 를 반복하기 시작했고. 게임을 소화하는 눈의 차이가 점점 커지더라는 얘기야.

왕일 : 그래서 지금은 [MBC게임]의 해설진들이 더 좋다?

sylent : 음, 꼭 그렇지는 않아. 이승원/김동준 해설의 눈이 정확하기는 한데, 너무 정확해서 ‘스포일러’를 떠드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 경기를 보면서 살짝 궁금한 재미도 있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래서 요즘은 “5 대 5”와 “캐리어” 타령으로 경기 내내 웃음 짓게 만드는 엄재경/김태형 해설 쪽으로 다시 기울고 있어. 헤헷.


오늘의 결론

왕일 : 오늘의 결론은?

sylent : [온게임넷]을 볼 때는 재밌고 입담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기분이고, [MBC게임]을 볼 때는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기분이다.

왕일 : 너무 무난하게 마무리 짓는 느낌이 드는데. 약해, 약해.

sylent : 사실 난 말이야, 정소림 - 김동수 - 임성춘 조합이 가장 기대된다구. 정소림 캐스터의 “야메떼~”와 김동수 해설의 급비난, 그리고 임성춘 해설의 자책이 어우러지면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유쾌한 진행팀이 탄생하는 것 아니겠어?


한줄요약
[MBC게임]은 작가 좀 바꾸자. 내 소원이다.

by sylent | 2007/07/03 16:08 | * e-sports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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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CtheMad at 2007/07/03 19:03
임성춘 : 아의흐이~ 병력 저렇게 잃음 안되죠

저 아의흐이~ 하는 감탄사 참 재밌는데요.. ㅎ

김태형-엄재경 조합은 뭐랄까. 재미는 있는데... 너무 딴얘기만 떠드는 경향이 없지 않더라고요.

이승원이 가끔 한번씩 찔르는 타입의 개그가 저한텐 차라리 맞더군요.

..근데 김철민 캐스터는 뭐랄까 좀.. "가식" 이 느껴질때가 가끔 있어서 좀 그래요..

옛날보다 스타 연구는 많이 해서 스타 지식 자체는 전용준 캐스터 이상이라고 생각될때도 있지만요.
Commented by sylent at 2007/07/03 23:12
MCtheMad님 // "아의흐이~" 가 들리는 것 같아요~ 으흐흐.
Commented by Whatthe!! at 2007/08/01 03:32
글쎄요.... 정확하다라..
전 그냥 정확성은 비슷하던데.. 글구 별로..
그리고 지식적으로도 태형/재경 쪽이 더 높은데 ㅉㅉ
Commented by DDoM at 2007/08/01 13:15
그렇죠 그리고 축구 경기나 등등 해설들 보면 해설자들은 그냥 이론만 말하는 사람들은 삼류하고 하죠
뭔가 과거에 있던 해프링이나 일들 등등을 예로 또는 비유를 말하면서 설명을 하는 사람들이 진짜 잘하는 사람들인데 그부분은 MBC쪽이 엄청 떨어지죠

참고로 해설 말고도
경기장 규모에서도 우승상금에서도,선수들 인식에서도,역사에서도(MSL보다 OSL 3~5년 더 오래됬죠(3년만해도 시즌이 6개 정도 차이나죠..),게이머 랭킹 영향 등등 심지어 티비로 볼때 화질차이조차(이건 주관적이기도 하고 객관적일수도있는거..)

당연히 MSL은 OSL보다 몇단계 낮지요
Commented by DDoM at 2007/08/01 13:17
글구 위에 MSL이 정확하게 미리 말하는거 같다 어쩌고 하는 부분은
솔직히 듣는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는거 같네요
Commented by 케삭 at 2009/02/21 16:41
제대로 알고나 지껄이거라 msl이 해설을 제대로 하는것은 맞다.
무조건 해설을 재미위주로 한다면 그건 해설이 아니지
온게임넷 좋아하는놈들은 그저 재미재미재미
재미도 적당해야지 그건도 도가 넘으면 안된다는거다.
듣는사람에 따라서다르다고? DdoM 스타초짜지? 아니면 온게임넷위주로만 보는 새끼인지?

Commented by 케삭 at 2009/01/02 18:29
1년반정도 뒤에 적는 글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
이제는 입맛에 마추어 보는것 같습니다.~_~
예로 osl 과 msl 의 결승전을 비교하자면
좀더 흥분과 재미를 가지면서 '누가 이길까? 정말 궁금하다~!' 라는 느낌을 가지는건 osl이 강하구요
분석적으로 '흠, 지금은 분위기도 그렇고, 기세도 보통이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경기마다 전략 전술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즐길 수 있는게 msl의 현재모습 인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철민 해설이 좀더 깔끔한 경기해설을 진행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여담으론.. 제가 주말마다 보면서 osl 해설분들이 가끔 몇초정도 해설을 멈추는 경우가 최근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음해설을 들어보면 msl 해설분들의 정확함뿐 아니라 상황의 분위기를 마출 수 있도록 해설해주셔서 너무 좋은것 같습니다 !!
Commented at 2009/02/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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